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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글~~*

곽희원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碧紗窓下啓緘封

벽사창하계함봉

 

尺紙終頭徹尾空

척지종두철미공

 

應是仙郞懷別恨

응시선랑회별한

 

憶人全在不言中

억인전재불언중

 

 

푸른 깁창 아래서 봉함을 뜯어보니,

편지지엔 끝내 아무 말도 쓰지를 않았더이다.

응당 우리 님

이별의 한 품으시고,

말 없는 가운데

온통 그리운 맘 담으셨네.

 

 

옛사람의 글에는 야단스러움이 없다.

간결하게 할말만 하고 때론 아무 말 않기도 한다.

그래도 마음은 글자 사이에 흘러 행간에 고여 넘친다.

 

 

[수원시화隨園詩話]에 보면,

중국의 곽휘원郭暉遠이란 이가 먼 데로 벼슬을 나가 있다가

집에 편지를 보냈는데,

착각하여 백지를 넣고 봉하였다.

 

그 아내가 오랫만에

온 남편의 편지를 꺼내보니

달랑 백지 한 장 뿐이었다.

답시를 보냈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경우이다.

 

 

아내의 난데 없는

답장을 받아든 곽휘원은

그때까지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일껏 편지를 써놓고 백지를

봉해 부친 곽휘원의 실수가

오히려 인간답고 매력적이다.

 

정작 원매도

수원시화에 쓰다 달다 아무런 평이 없이 그녀의 답장만을 실어놓았다.

고인들의 마음이란...

마음만 통하면 그뿐이지 언어가 굳이 불필요했던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염화시중拈花示中의 미소微笑일까.

 

오늘 나는 가섭존자 앞의

석가가 되어 님에게 백지 편지를 보내보려 한다.

님은 어찌 답장할 것인가.

 

가을은 가고 차가운

바람에 구름 흩날리는데,

뒹구는 낙엽 밟아도 되려는지...

그렇게 목적 없는 발걸음이

빗 속에서 길을 잃는다.

 

 

 

ㅡ초운 오석환 선생님의 글 ㅡ

 

 

 

처음엔 이해할수 없었던 글이다.

계절이 바뀌어 다시 공부하게

되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알수있게 되었다.

굳이 읽고 해석을 할수 없어도

마음으로 느끼면 그만인것을...

 

삶의 지혜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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