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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글~~*

오도송

 

三十年來尋劍客

삼십년래심검객

 

幾回落葉又抽枝

기회낙엽우추지

 

自從一見桃花後

자종일견도화후

 

直至如今更不疑

직지여금갱불의

 

 

삼십 년 세월 검객을 찾느라,

몇 번이나 낙엽지고 또 가지에 싹이 났던가.

한 번 복사꽃을 보고 난 뒤로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다시는 의심 없었다네.

 

 

오대五代의 시인인 영운靈雲 지근선사志勤禪師의 오도송悟道頌이다.

 

 

공주 마곡사에 가면 심검당尋劒堂이란 건물이 있다.

불가佛家에서는 흔히 구도의 추구를 검객을 찾아다님에 비유하고 있다.

 

최고의 고수를 만나 상승의 검법을 익히려고 삼십 년의 세월을 방황했었다

낙엽 지는 가을 산과 꽃망울 부푸는 봄 산을 헤매기 그 얼마였던가.

 

그러나 정작 그가 그 방랑의 길에서 전신으로 만난 것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검객이 아니라,

어느 산 모퉁이에서 무심히 피어나던 복사꽃 한 떨기였다.

 

그 한 번의 만남으로 그는 지금까지 지고 다니던 의심의 자락에서 완전히 놓여날 수 있었다.

 

검객은 어디 있는가.

마음이 흘러가는 곳,

마음의 문이 열려 사물과 내가 하나 되는 자리에 있다.

함초롬 이슬 머금은 꽃잎 위에 칼끝 같은 깨달음이 있다.

 

예전 선승들은 깨달음을 묻는 제자에게 봉棒이나 할喝을 안겨주거나,

아니면 아예 주먹질을 하는 방법을 썼다.

 

그도 저도 안될 때에는 시법게示法偈를 남겼는데,

그 깨달음의 세계란 것이 워낙에 미묘하고 알기 어려운 것이어서 구체적인 설명 대신에 해괴한 상징과 비유를 동원하여 그들의 오성悟性을 열어주려 하였다.

 

그 밖에 도를 깨닫는 순간의 느낌을 노래하는 오도송 같은 것도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비유와 상징의 화법으로 전달하려 하였다.

 

사람의 길도 그러하여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마음으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다만 마음을 맑게 하여 자신을 맑음으로 채우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사람의 길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찾게 되면,

그 길이 비록 험하고 힘들어도,

자기가 가야할 길임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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