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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건 ㅋ누구라도 이방 다녀가시며 웃으시라고웃으시라고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신경림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시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
빈집 / 기형도 시 빈집 ​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풀 / 김수영 시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사랑에 변주곡 /김수영 시 사랑의 변주곡 ​ 김수영 ​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라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넝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어닥치느니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間斷(간단)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
남신의 주유동 박시봉방 / 백석 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1948)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순 우리말 뜻 풀이 1. 아귀차다 : 뜻이 굳고 하는 일이 야무지다 2. 아기똥하다 : 남달리 교만한 태도가 있다 3. 아람치 : 자기의 차지 4. 아퀴짓다 : 일을 끝마무리하다 5. 안날 : 바로 전날 6. 안다미 : 남이 져야 할 책임을 맡아짐 7. 알섬 :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 8. 알심 : 은근히 동정하는 마음, 보기보다 야무진 힘 9. 알천 : 재물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물건,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 10. 알짬 : 여럿 중 가장 중요한 내용 11.암팡지다 : 몸은 작아도 힘차고 다부지다 12. 앙세다 : 몸은 약해 보여도 다부지다 13. 애면글면 : 약한 힘으로 무엇을 이루느라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 14. 애옥살이 : 가난에 쪼들리는 고생스러운 살림살이 15. 앵돌아지다 : 마음이 토라지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