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36) 썸네일형 리스트형 담장을 허물다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살던 백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 그늘 수십평과 까치집 세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은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러갔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밤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꽃이 하얗게 덮은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 무향리 무향리 /노향림 무량리행 버스는 하루 한 차례뿐이다. 이정표 앞에 멍하니 서서 무량리, 하고 입속으로 부르며 무량한 한 사람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이 길 잃은 마음이 먼저 앞서가며 닿는다. 다 닳은 돌쩌귀 매단 문설주가 쨍쨍한 햇볕에 몸 말리며 서 있는 곳 서슬 푸르렀던 지난 시간들이 자질자질 잦아들고 길가엔 벌써 머리 희끗해진 풀들이 나와 있다. 강심 깊숙이 걸어들어간 투망꾼 몇이서 왁자하게 그물을 던졌다 건져 올리는 소리 이리저리 튀는 물고기들을 잡았다 놓아주는 소리 길에서 산짐승을 만나도 피하지 않는 곳 무량리를 주머니 깊숙이 접어 넣고 부력을 잃고 뜬 물고기처럼 무심히 시간을 강에 빠뜨리고 느릿느릿 걷고 걷는다. - 노향림, '무량리' 문자 쓰다 장인 잃은 사위 문자 쓰다 장인 잃은 사위 - https://m.cafe.daum.net/hghealing/oi8s/1074?q=%EC%82%AC%EC%9C%84%EC%97%90+%EA%B4%80%ED%95%9C+%EC%8B%9C& 문자 쓰다 장인 잃은 사위문자 쓰다 장인 잃은 사위 집필자 강성숙(姜盛淑) 정의위급한 상황에서 융통성 없이 문자를 쓰다가 장인을 죽게 만든 어리석은 사위에 관한 설화. 역사조선시대 문헌 『고금소총(古今笑叢)』m.cafe.daum.net #오불완테크추가 노벨 평화상/ 작가 한강 축하드립니다 그냥 내 나라 사람이 노벨문학상이라는 귀한상 받으니 좋고 그사람 사는 나라에 내가 사니 기쁨니다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 좋은 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두 천사가 여행을 하던 도중, 어느 부잣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거만한 부잣집 사람들은 저택에 있는 수많은 객실 대신 차가운 지하실의 비좁은 공간을 내주었다. 딱딱한 마룻바닥에 누워 잠자리에 들 무렵, 늙은 천사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 구멍을 메워주었다. 젊은 천사는 의아했다. “아니, 우리에게 이렇게 대우하는 자들에게 그런 선의를 베풀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자 늙은 천사는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그 다음날 밤 두 천사는 아주 가난한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농부인 그 집의 남편과 아내는 그들을 아주 따뜻이 맞아 주었다.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한 음식을 함께 나누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침대를 내주어 두천사 가 편히 잠잘 수.. 우리말 풀이 . 1. 아귀차다 : 뜻이 굳고 하는 일이 야무지다 2. 아기똥하다 : 남달리 교만한 태도가 있다 3. 아람치 : 자기의 차지 4. 아퀴짓다 : 일을 끝마무리하다 5. 안날 : 바로 전날 6. 안다미 : 남이 져야 할 책임을 맡아짐 7. 알섬 :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 8. 알심 : 은근히 동정하는 마음, 보기보다 야무진 힘 9. 알천 : 재물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물건,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 10. 알짬 : 여럿 중 가장 중요한 내용 11.암팡지다 : 몸은 작아도 힘차고 다부지다 12. 앙세다 : 몸은 약해 보여도 다부지다 13. 애면글면 : 약한 힘으로 무엇을 이루느라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 14. 애옥살이 : 가난에 쪼들리는 고생스러운 살림살이 15. 앵돌아지다 : 마음이 토라지다 1.. 치폐설존(齒弊舌存) 중국의 사상가이며 .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에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다. 노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처음에는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 없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 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본 노자는 깊이 깨달았다. 저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려 트리고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 부드러움은 단단함을 이긴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벼가 익.. 유안진 가을 편지 들꽃이 핀다 나 자신의 자유와 나 자신의 절대로서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고 풀벌레도 외친다 내일 아침 된서리에 무너질 꽃처럼 이 밤에 울고 죽을 버러지처럼 거치른 들녘에다 깊은 밤 어둠에다 혈서를 쓰고 싶다. 가을 편지 / 유안진 이전 1 2 3 4 ··· 2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