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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글~~*

상사화전설

 

한바탕

소나기 퍼붓고 가던 어느 여름날

하안거에 든 한 젊은 스님

마른 목 축이려고 법당문을 나서다가 비를 피해 절집 처마 밑을

찾아 든 한 여인을 보았다지요.

 

속세로 가는 길도 끊긴지 오래인 이 깊은 산 중에 아리따운 여인이라니,

아마도 헛것을 본 게라고 체머리 흔들며 돌확에 넘쳐나는 차디찬 석간수 한 바가지 가득 떠서 가슴에

들이 붓고 뒤돌아보니 마악 일주문을 나서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지요.

 

여인이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연분홍 치마가 하늘 하늘 흔들리는 것이 마치 커다란 연꽃 한 송이 허공에 떠가는 것만 같았다지요.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 몰아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던 것인데 그 때가 제 가슴에 꽃물 드는 순간인 줄은 까맣게 몰랐다 지요.

 

그렇게 여인이 속절없이 떠나간 뒤로 가부좌 틀고 용맹정진하던 스님의 머릿속엔 자나 깨나 탐스런 연꽃 한 송이로 가득 차서

밤 깊도록 독경소리 그칠 줄 몰랐다 지요..

 

석달 열흘을 꼬박 경을 읽어도 가슴 속 꽃물을 조금도 지워지지 않아 그 젊은 스님은 스스로 꽃이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는 여인이 서 있던 처마 끝 바로 그 자리에 가슴 속 꽃물을 게워 내듯 한바탕 붉은 피를 쏟아 놓고는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났다지요.

 

잠시 머물다 떠나간 여인처럼

잎이 먼저 돋았다 지고 나면

붉은 피 쏟고 저 세상으로 떠난

스님인 양 꽃대를 밀어 올려 꽃을

피우는 연분홍 상사화 그 자리에

슬픔처럼 피었다지요..

 

ㅡ 상사화꽃 설화 ㅡ

 

 

아시겠지만 상사화는 잎이 먼저 피었다 진 뒤에 꽃대를 밀어 올려

꽃을 피우는 슬픈 전설의 꽃입니다.

 

한몸에서 비롯된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 할 뿐 만날 수 없어 상사相思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선운사나 불갑사의 상사화 군락지가 꽤나 유명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곳의 상사화는 꽃무릇, 또는 석산이라 불리는 꽃입니다.

 

굳이 구분을 하려 들면 상사화는 연분홍이나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반해 꽃무릇은 보다 붉은 빛의 꽃이 피고 개화 시기도 꽃무릇이 조금

늦다는 정도입니다.

 

유독 절집 부근에 이 꽃의 군락지가 많은 까닭은 그리워하면서도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정서 때문이 아니라, 예전엔 이 꽃의 비늘줄기로 풀을 쑤어 책을 단단히 엮기 위해 스님들이 가꾸어 온 때문이라고 합니다.

 

會者定離 회자정리는 이미 낡은 말이 되어 버렸지만, 우리는 날마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상사화처럼 한 몸에서 나고 자라도

서로 볼 수 없는 생래적인 그리움이야 어찌할 수 없다 해도

만날 수 있음에도 미워하며 헤어지는 일만은 없어야 하겠지요.

 

꽃들이 저마다 자신의 시간에 충실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듯이 만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진 뒤에도 아프지 않고 생각하면 결

고운 추억이 되리라는게 제 짧은 생각입니다.

 

 

 

오늘도 수고 하셨을 울 님들...

남은 시간도 행복의 계단으로

오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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