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희숙의 Art 에로티시즘 ⑧] |
위험한 집착, 롤리타 신드롬 |
청춘에겐 젊다는 것이 거추장스럽지만, 나이 들수록 세상에서 가장 탐나는 것이 젊음이다. 젊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동서고금을 통해 늙은 남자가 회춘하는 방법 중 하나로 어린 소녀와의 동침이 전해지고 있다.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 헤맨 불로초는 애초에 없는 것이다 보니 부적절한 방법이지만 회춘할 목적으로 소녀와 동침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회춘을 위해서건 사랑을 위해서건 소녀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을 ‘롤리타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의붓딸에게 사랑을 느낀 아버지를 그린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 비롯됐다.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보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품이 로버트 매플소프(1946~1988)의 ‘허니’다. 이 작품은 매플소프가 1973년 영국을 여행하던 중 공원에서 놀고 있던 네 살의 로지를 찍은 사진으로, 1988년 섹스를 주제로 한 ‘완벽한 순간’이라는 전시회에 전시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어린이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작품이 문제가 된 것은 걷어 올려진 치마 사이로 보이는 성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문제가 된 모습은 어린이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작가가 어린이를 섹스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1988년 동성애자인 매플소프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술 전시기획자들은 그의 생전에 회고전을 준비한다. 사후(死後)에 미국 전역을 도는 순회전이다. 문제가 된 이 작품을 관대하게 보는 도시에서는 전시가 가능했지만,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인 도시에서는 전시되지 못했다.
사라져버린 젊음에 대한 동경은 소녀와의 사랑을 갈구하는 변태적인 욕구로 변질된다. 성인 여성과 정상적인 섹스를 못하기 때문이다. 소녀와의 가학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 발튀스(1908~2001)의 ‘기타 레슨’이다. 이 작품은 소녀에 대한 성적 욕망을 표현했는데, 발튀스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 여인은 의자에 앉아 무릎에 소녀를 눕히고 소녀의 성기를 어루만지고 있다. 한 손으로 여인의 유두를 잡고 있는 소녀의 검은 스커트는 가슴까지 올라가 있어 성기가 훤히 드러나 있다. 화면 왼쪽의 피아노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기타는 음악 수업중이며, 여인과 소녀가 스승과 제자 사이임을 암시한다. 하얀색 스타킹과 분홍색 머리 리본은 사춘기 소녀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여인은 성적 자극을 받아 유두가 곧추서 있다. 여인의 변태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붉어진 뺨과 벌어진 입술 그리고 살포시 감은 눈은 수치심을 나타내기보다 성적 황홀감에 빠진 모습에 가깝다. 이 작품에서 기타와 소녀의 몸이 동일시되고 있는데 기타는 연주자 성향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성기를 쓰다듬으면서 쾌락에 못 이겨 소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여인은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발튀스의 이 작품은 1934년 첫 번째 개인전에 전시되어 대중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악동학대와 동성애, 사도마조히즘을 거칠 것 없이 표현한 이 작품은 전시 당시 대중에게는 물론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금지된 욕망을 경험한 소녀는 성인 여성보다 유혹에 더 능숙하다. 중년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청순함과 순수함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혹의 싸움에서 성숙한 여인은 소녀를 당할 수 없다. 소녀의 치명적인 유혹을 그린 작품이 오토 딕스(1891~1969)의 ‘검은 장갑을 낀 비너스’다. 검은색 커튼이 드리워진 방에서 소녀는 검은색 외투를 반쯤 벗은 채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음부를 누르고 있다. 정돈된 머리와 다문 입술 그리고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소녀에게서 부끄러움을 찾아볼 수 없다. 음부를 누르는 손은 소녀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남자를 나타낸다. 장갑은 남성을 상징한다. 검은색 배경은 소녀의 흰 피부와 대조를 이루는 동시에 성숙하지 않은 소녀의 가녀린 육체를 부각시키며 에로티즘을 강하게 나타낸다. 오토 딕스의 이 작품에서 소녀는 남자를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팜파탈로 묘사됐다. 검은색 커튼과 검은색 외투는 소녀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의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사춘기 소녀들은 성적 행위에 따르는 책임은 생각하지 않고 금단의 열매인 쾌락에만 관심이 있다. 성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에릭 피슬(1948~)의 ‘피자 먹는 사람’이다.
모래사장에서 벌거벗은 소녀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피자와 콜라를 들고 걷고 있고, 젊은 두 남자는 소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소녀는 두 남자의 시선을 외면하면서도 미소를 머금고 있다. 소녀의 미소는 남자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남자의 붉은색 하의는 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소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두 남자의 성적 욕망을 부추긴다는 걸 알지만, 그들의 시선을 피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무관심한 척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여성을 상품처럼 취급하는 미국문화를 고발한다. 피슬은 이 작품에서 성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벌거벗은 소녀를 그려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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