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국밥 /이인수




국밥/ 이인수


24시간 하는
구운동 삼천 원짜리 순댓국집
환경미화원 넷이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새벽부터 낸 길 따라
사람들 모두 떠나보낸 자리
빛 잃은 형광 재킷 넷이서
묵묵히 국밥을 먹는다

주인 여자 내민 소주 한 병에
푹 삶긴 돼지내장같이
푹 늙은 아버지 넷이서
환하게 얼굴을 펼 때

소란한 창밖
눈부시게 깔린 햇살을
잘근잘근 말아먹는 신록들,
된통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