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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를 타고 /이인수

카누를 타고
     이인수


난로 위 주전자가 펄펄
온몸 흔들며 어디론가 가잔다
발목 묶인 코로나 시절
뉜들 떠나고 싶지 않겠느냐
카누라고 적힌 스틱커피
끓은 물 빈 봉지로 노를 저어
서걱서걱 뱃길을 나서볼까
발달장애 아들 첫 직장인 카페
구석자리에서 가슴 졸이는
어머니를 만나볼까
몇 달간 집에 못 간 채
어린 딸과 영상 통화하면서도
울지 않는 간호사를 찾아가 볼까
동네 입구 과일 노점에서
볼품없는 사과만 골라 담는
퇴근길 영이 아버지를 지켜볼까
일하는 아들 며느리 대신
손자 다섯 맡아 키우는 할머니
움막집을 들여다볼까
줄 풀고 며칠째 돌아오지 않는다는
성씨 형님네 똘이 찾으러 다녀볼까
벌써 마음은 활활 뜨겁고
배는 방 안에서 맴도는데
꽃 샘추위 버티고 선 문밖
어디부터 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