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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리프리돔 시 금이 간 꽃병

(프랑스.제1회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이 마편초 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부딪쳐 금이 간 것

살짝 스치기만 하고

아무 소리 나지 않았는데

그러나 가벼운 금은,

매일 수정을 좀 먹어,

보이지 않지만 확실한 걸음으로

천천히 그 둘레를 돌았다

신선한 물은 방울방울 새어나와

꽃의 수분이 말라버렸다

그런데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손 대지 말아라, 금이 갔으니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도

마음을 스쳐 상처를 입힌다

그러면 마음은 저절로 금이 가서

사랑의 꽃은 시들어 버린다

언제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지만

가늘고 깊은 그 상처가

커지고 소리 낮춰 우는 것을 느낀다

금이 갔으니 손 대지 말라쉴리프리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