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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환 글

 

 

<사은정思恩亭>

 

초운梢雲 오석환吳錫環

 

康津一域報恩亭

강진일역보은정

滿發百花惟悳馨

만발백화유덕형

酬酌傳心無本約

수작전심무본약

但期長醉不期醒

단기장취불기성

 

강진 한 구역 은혜 갚으려는 정자있어,

온갖 꽃이 만발했는데

덕만이 오직 향기롭구나.

서로 잔 건네며 마음 전함은

본래 약속이 없었고,

다만 길게 취하기를 바랄 뿐

깨기를 기약하지 않노라.

 

사은정은 강진에 있다.

문우文友 성오省悟 김득환金得煥이 오래 전부터 부모의 산소 옆에 가건물을 지어놓고 주말마다 들려 추모의 정을 다하는 곳이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주변을 가꾸어 매화를 심어 봄을 장식하고,

연못을 파서 연꽃을 심어 여름을 알리며,

국화를 심어 향기를 가을 바람에 날리기도 한다.

좋은 시절을 가려 문학제를 열어 추모의 뜻을 더하기도 하고,

벗을 맞이하여 조촐한 술자리를 베풀기도 하는 곳이다.

 

높이는 하늘에 닿을 듯하고,

넓이는 여럿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에 충분하다.

사방이 트여 시야가 밝으며,

옆에 서기산이 있어 가끔 구름이 산을 나누어 날려보내니,

그 산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우연히 정자에 올라 그 감회를 시로 적어 남기고자 하였다.

 

온갖 꽃이 만발한데도 주인의 부모를 향한 덕만 하겠는가.

서로 뜻이 맞으니,

굳이 술을 사양하겠는가.

아직도 선비가 존재함이여.

외롭지 않음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