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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이 보물창고

민들레

민들레

 

무심히 온 듯

길가 틈새

작은 얼굴

 

봄으로 와

웃고 있는 ,너

쳐다보니

 

풋풋하게

안겨드는

너에 여린 기운

 

 

 

 

양은 냄비 닦다가

 

하루에도 수차레씩

뜨거운 불길에 달군다

건망증 심한 주인

불위에 올려 놓고

속내까지 까맣게 타도록

무심히 잊는다

주먹으로 휘어잡는 힘에 눌리고

집게에 잡혀 구겨져 불거진 모양이

오늘 따라 새삼 마음이 쓰인다

움푹 들어가도록 찌그러진 곳을

오이지 누르던 자갈돌로 통통 두들겨폈다

철 수세미로 복복 정성 드려 닦아

환한 얼굴로 벽 한 쪽에 걸어 놓는다

내 인생 닦을 수세미

뚫어져라 생각한 일

한 자 한 자 써가는 글 한줄에

모두 닦아 빛내는일 이다

 

 

 

보타사

 

개운산을 가려고

발길 가는 대로 가다

잘못 든 막다른 골목

돌아

보물인 금동보살  있다는

이정표 따라

신앙심 없이 찾아든 곳

한낮 인적 드문 절 마당엔

소담하니 붉은 꽃이

한들 한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봄을 흔든다

따가운 햇살 아래 꽃진

느티나무

연초록 그늘이

지친 걸음을 잠시 쉬게 한다

골짜기를 지나온 물소리에

마음이 열린다

절에 온 신도인 듯한 보살이

공양하라며

목단 꽃처럼 웃는

그 둘레에

부처님 마음이 가득 하다

 

 

 

 

비 맞은 봄

 

망가진 우산을 펼치느라

멈칫 멈칫하는 사이

목련은 온몸 멍든채

서러운 눈물 위에 추락한다

만개했던 벚꽃마저 팔랑거리며

어지럽게 날다

빗물에 씻겨 흘러간다

초록을 부르는 바람에게 내어준

청춘의 걸음이

바쁘다

 

 

 

수세미

 

 

실수로 바닥까지 태운 솥단지를

철수세미로 닦아 광을 내었다

찬을 담았던 하얀 도자기

세제 한방울 떨군 스펀지로 닦는다

뽀득 뽀득

즐거운 노래소리가 난다

덕지덕지 때가 낀 마음

날마다 습작하듯

써 내려가는 내 마음이

글 한줄로

빛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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