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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게~~

작가 박희숙그림이야기

작가 박희숙의 ART 에로티시즘 16]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
 
 

 

지금은 ‘꿀벅지’ 소녀시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남학생들 사이에 최고 인기를 끈 여학생은 문학소녀였다. 남학생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여학생에게 다가와 쓸데없는 말 한마디 툭 붙이고 돌아서곤 했다. 책 읽는 여학생은 우아하고 고상하게 보여 사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소녀들에게 즐겨 있는 책의 장르와 공원 벤치용 장르가 따로 있었다. 혼자 읽을 때는 선정적인 연애소설을, 홍보용 책은 사색을 필요로 하는 철학 위주로 선정했다. 책은 취향을 드러내기 때문에 절대로 연애소설이나 잡지를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역시 여성용 잡지다. 여자들은 미용실이나 찜질방에서 잡지를 절대로 놓지 못한다. 화장법을 비롯해 여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물론이요 수다의 원천인 스타들의 동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통속적인 잡지에 빠져 있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루셀의 ‘책 읽는 처녀’다.

젊은 여인이 벌거벗은 채 잡지를 읽고 있다.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와 벌거벗은 몸은 강한 대비를 이루는데 머리 모양은 처녀임을 나타내며 벌거벗은 몸은 육체적 갈망을 암시한다. 여인이 음부 위에 펼쳐놓은 책은 뜬소문이 주류를 이루는 통속적인 잡지를 암시하며 여자의 붉어진 뺨과 손은 잡지의 통속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배경의 검은색 커튼은 여자의 벌거벗은 몸과 잡지를 강조하면서 은밀한 공간임을 나타내며 의자 위의 걸쳐놓은 기모노는 실내복으로 여자가 편안하게 잡지를 읽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그려진 기모노는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옷이다. 자포니즘의 영향으로 일본풍의 옷이나 가구가 당시 유럽을 휩쓸었다. 테오도르 루셀(1847~1926)의 이 작품은 19세 모델을 기용해 제작한 것으로 런던에서 전시되었을 때 비난을 받았다. 아름다운 주제를 외설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였다.

책은 편안하게 읽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읽기 불편하면 노동이다. 밥을 먹는 것처럼 편안해야 책 읽는 것이 즐겁지 노동이 되면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다. 침실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발라동의 ‘누드’다.

침대에 앉아 있는 여인은 책 읽기에 빠져 있다. 침대 기둥에 걸려 있는 옷과 뒤로 젖혀져 있는 이불은 그녀가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으며 책에 몰입해 있음을 암시한다.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와 군데군데 선홍빛을 드러낸 여인의 벌거벗은 몸이 아침임을 나타낸다. 하얀색의 침대 매트리스가 그녀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내려앉았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침대는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닫힌 문의 고리가 잠겨 있는 것은 여인이 책의 세계에 빠져 있음을 나타내며 발밑에 깔린 붉은색 바탕에 기하학 무늬로 수놓인 양탄자는 책의 내용이 복잡함을 암시한다.

쉬잔 발라동(1867~1938)의 이 작품에서 붉은색과 노란색 줄무늬 이불은 여인의 우윳빛 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여인의 몸을 강조한다. 미모와 아름다운 몸매로 19세기 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누드모델로 가장 유명했던 발라동은 66세 때 자신의 노년 모습을 누드화로 제작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좌) <책 읽는 처녀> 1886~87년, 캔버스에 유채,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우) <누드> 1922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시립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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