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희숙의 Art 에로티시즘 23] |
불륜의 덫 |
연인일 때 섹스는 이벤트였지만 결혼하는 순간부터 섹스는 생활이 된다. 결혼과 동시에 섹스는 자유로워지지만 반복되는 일상생활의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 부부에게 섹스는 사랑을 돈독하게 해주기보다는 욕망의 배출구가 되는 것이다. 배우자와의 섹스가 흥미롭지 않은 순간부터 새로운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게 된다. 새로운 상대와의 섹스는 성욕 부진을 단번에 날려주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남자는 11분을 위해 섹스하지는 않는다. 섹스에 이르는 과정이 더 흥미로운 법이다. 배우자와의 섹스는 몸이 말하는 순간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새로운 상대와의 섹스는 시작 전부터 두뇌를 써야 하기에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불륜이기에 들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륜은 몸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만 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불륜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는 불륜은 순수하게 섹스의 쾌락만을 탐닉하게 만든다. 만남 자체가 섹스가 목적이어서다. 섹스의 쾌락에 빠진 불륜 커플을 그린 작품이 프라고나르의 ‘행복한 연인’이다. 침대에서 중년의 여인이 벌거벗은 채 소년의 목을 끌어안은 채 키스하고 있고, 침대에 걸터앉은 소년은 여인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안고 있다. 남자의 짧은 머리와 앳된 얼굴, 그리고 어색한 자세는 소년임을 나타내며 여인의 풍만한 엉덩이와 뒤로 묶은 머리스타일, 키스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은 그녀가 중년임을 암시한다. 화면 오른쪽의 흰색 시트 아래 드러난 푸른색 쿠션은 여인이 유부녀임을 나타낸다. 푸른색은 기만을 상징한다. 흐트러진 침대 시트는 연인들의 격렬한 사랑을 암시한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는 밝은 색을 사용해 활기찬 정사를 묘사하며, 연인들의 에로틱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배경을 명확하지 않게 처리했다. 불륜 상대는 결혼 상대와 달리 선택할 필요가 없다. 생활의 의무와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섹스 코드만 맞으면 된다. 불륜 상대를 기다리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보두앵의 ‘아침’이다. 여인은 다리 사이를 드러내기 위해 속옷을 걷고 침대에 누워 있고 의자 위에는 겉옷이 걸쳐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남자는 여인의 다리 사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함께 온 어린아이의 눈을 가리고 있다. 외투를 입은 젊은 남자의 옷차림은 성직자를 나타내며, 불륜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자는 다리 사이로 적나라하게 보이는 여인의 음부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소년의 눈을 가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성욕을 참지 못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 주머니에 넣은 남자의 손은 자위를 암시한다. 피에르 앙투안 보두앵(1725~69)의 이 작품에서 침대 옆에 걷혀 있는 커튼은 아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성의 음부를 암시하면서 속옷을 걷고 있는 여인을 강조한다. 불륜이 가장 맛있게 느껴질 때는 배우자 곁에서 몰래 할 때라고 한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에서 섹스하기 때문이다. 짧게 한다고 섹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곁에 머물고 있다면 비록 섹스를 느긋하게 즐길 시간은 없지만 공포영화보다 더한 스릴을 주기 때문에 섹스 내내 긴장과 흥분을 동시에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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